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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어린이 청소년 실용

톨스토이 동화집 바보 이반의 이야기 -하느님은 진실을 알지만 빨리 말하지 않는다

by Bon ami Bon ami 2020. 7. 5.

바보 이반의 이야기     글쓴이 톨스토이 옮긴이 이종진 그린이 이상권 출판사 창비





갈색 곱슬머리에 노래를 잘 부르는 호남아이자 미남인 악쇼노프는 재수 없게도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 후 그는 타고난 명랑한 성격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허리는 구부정해지고 걸음걸이는 조용해졌으며 말수도 적고 웃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다만 하느님께 기도만 드렸습니다. 오직 하느님을 의지해 모범적인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형무소 관리들은 그를 좋아했으며 죄수들은 그를 존경했습니다. 죄수들이 감옥에 대해 부탁할 일이 있을 때에는 그가 대표로 이야기했고 자기네끼리 다툼이 있을 때도 그가 잘잘못을 가려 주게 되었습니다. 비록 감옥이었지만 악쇼노프는 나름 훌륭한 인간으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세상은, 그리고 가족은 허락되지 않았지만 감옥이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그의 타고난 선한 본성대로 자신의 삶을 펼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악쇼노프가 있는 감옥에 자신에게 살인자 누명을 씌우고 달아난 진짜 살인범이 잡혀 옵니다. 악쇼노프는 분노에 휩싸이지만 결국 그를 용서합니다. 악쇼노프의 용서에 큰 감동을 받은 범인은 악쇼노프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악쇼노프, 제발 저를 용서하십시오. 당신이 용서해 준다면 그 상인을 죽인 범인이 나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용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악쇼노프는 대답합니다.

말은 쉽지만 나는 이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소. 이제 내가 어디로 가겠소? .... 마누라는 이미 죽었고 아이들은 내 얼굴도 잊어버렸는데 어디로 간단 말이오. ..... ”

진짜 살인범인 세묘노프가 자신이 범인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악쇼노프에게 석방 명령이 내려졌을 때는 그가 이미 죽은 뒤였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몹시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하느님이 과연 계시는 걸까?

우리의 삶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쓴 걸까?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삶은 스스로 살아내는 것이다.”

악쇼노프에게 허락된 삶은 감옥에서의 삶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나름 훌륭하게 살았습니다. 감옥 속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고(감옥에서 장화 만드는 기술로 받은 품삯으로 성인들 이야기를 엮은 성인전을 사서 감옥 안이 밝은 때를 이용하여 읽었으며, 축제일에 감옥에 있는 교회에 나가서 사도행전을 읽기도 하고,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존경받는 인물로 살았습니다. 심지어는 진짜 범인인 세묘노프를 개과천선하게 만들었습니다(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 이 모든 것은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썼으면서도 하느님께 의지해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놓인 곳이 어디인가가 중요하지 않은 지도 모릅니다. 어느 곳에 놓이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내는 것이니까요.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덕화(육성재 분)의 몸을 빌려 나타난 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신이 던진 질문에 답하는 자는 누구일까요?

자기 자신입니다.

재수가 없으면 감옥에서 살게 되기도 하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멋지게, 훌륭하게 살아낼 수 있습니다. 운명에 답하는 자는 자기 자신이니까요.

결국 인간은 자기 품격대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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