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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문 사회 과학

3-2 10% HUMAN(10퍼센트 인간)-섬유질 더 먹고, 항생제 남용 말자

by Bon ami Bon ami 202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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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나 콜렌 저      조은영 역 출판사 시공사


2.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2,500년 전에 현대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한다고 믿었다. 그는 장 속에 서식하는 100조의 미생물은 고사하고 장의 해부학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지만 우리가 2,000년 후에나 배우게 된 이 중요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P.108

많이 먹으면서 별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면 남아도는 에너지가 몸에 축적되어 몸무게가 증가하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러니까 살을 빼고 싶다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솔새를 보라. 이 새는 섭취하는 열량 이상으로 빠르게 지방을 축적하고 연소하는 열량 이상으로 빠르게 지방을 제거한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체중 조절 메커니즘이 있는 게 틀림없다. 칼로리-인 대 칼로리-아웃이 솔새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공식이라면 인간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P.100

이 솔새 효과는 식사량과 운동량의 조절만이 체중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라는 기존의 가정을 흔들고 있다. 이 가정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라면, 비만은 식탐과 나태에서 비롯된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질병인 것이다.P.126

인간의 식욕은 음식이 위에 채워질 때 느껴지는 물리적 포만감에서부터 지방으로 전환된 에너지양을 뇌에 보고하는 호르몬까지 많은 요인에 의해 지배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유전적으로 비만이 된 생쥐에게 결여된 화학물질인 렙틴이 바로 그 호르몬이다. 렙틴은 지방 조직에서 직접 생산되기 때문에 지방세포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더 많은 렙틴이 혈액으로 분비된다. 놀라운 시스템이다. 지방이 적당히 축적되면 렙틴은 뇌에 포만감을 전달하고, 뇌는 곧 식욕을 억누른다.P.124~125

카니는 또한 마른 사람들이 에너지를 저장할 때는 지방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서 각각 소량의 지방을 저장하지만 뚱뚱한 사람의 몸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만한 사람들은 지방세포의 수를 늘리는 대신 세포의 크기를 늘려 더 많은 지방을 쑤셔 넣는 것이다. 체내의 염증 수치가 높고 새로운 지방세포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에너지 저장과정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병적인 상태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체중 증가는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정상적인 지방 축적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의 질병이 된 것이다.P.134

카니는 염증을 일으키고 지방 저장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비만세균이라고 의심했다. 장에 서식하는 어떤 박테리아는 세포의 표면이 LPS(지질다당류)라고 부르는 분자로 코팅되어 있는데 이 분자가 혈액으로 들어가면 독소로 작용한다. 카니는 비만한 사람들의 혈액에서 LPS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보고 그들의 지방세포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LPS라고 생각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카니는 LPS가 체내에서 지방세포의 분열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방이 기존의 지방세포에 용량을 초과하여 저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P.134

이것은 커다란 도약이었다. 비만한 사람의 지방 조직은 생화학적인 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주범은 LPS. 그런데 의문이 있다. 장에 있어야 할 LPS가 어떻게 혈관으로 들어가 지방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인가?P.134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에서 서로 다른 비율로 존재하는 미생물 중에 아커만시아 뮤니시필라라는 종이 있다. 이 박테리아는 체중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아커만시아의 수가 적은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가 높아진다. 마른 사람의 경우 아커만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4퍼센트에 달하지만 비만한 사람의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점액질을 좋아한다는 뜻의 뮤니시필라라는 이름이 암시하듯이 이 종은 장 내벽의 두꺼운 점액질 막에 서식한다. 이 점액질은 미생물이 혈관으로 들어가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보호막을 형성한다. 따라서 체내의 아커만시아의 양은 체질량지수에만 관련이 있는 게 아니다. 아커만시아의 수가 적을수록 장 내벽의 점액질층이 얇아져서 더 많은 LPS가 혈관으로 들어갈 기회를 주게 된다.P.134~135

마른 사람의 장에서 주로 나타나는 아커만시아는 두꺼운 점액질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장 내벽의 세포를 설득하여 점액질을 충분히 생산하도록 한다. 아커만시아는 장 내벽 세포가 점액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더 많이 발현하도록 유도하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박테리아 자신에게는 유리한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LPS가 장 내벽 세포를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P.135~136

하지만 최종적으로 우리는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들의 몸에서 아커만시아의 수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 여기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주면 아커만시아의 레벨이 낮아지면서 비만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식단에 식물성 섬유질을 첨가하면 아커만시아 박테리아 수가 정상으로 되돌아온다.P.136~137

 

3. 뇌에 손을 뻗다

일단 동충하초에 감염되면 개미는 좀비로 변한다. 좀비가 된 개미는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땅에서 수행해야 할 일상적인 임무를 망각한 채 무작정 나무 위로 올라간다. 땅에서 약 150센티미터 정도 높이에 도달하면 좀비 개미는 나무에서 북쪽을 향해 달려 있는 잎을 골라 뒷면의 엽맥에 턱을 깊숙이 박아 넣고는 그 상태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곧이어 동충하초는 개미의 몸을 양분 삼아 자라면서 좀비가 된 개미의 목숨을 빼앗는다. 이것을 데스 그립death grip’이라고 부르는데, 좀비 개미가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잎의 엽맥을 붙잡고 기다리는 모습이 죽음을 부르는 행동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동충하초는 곧 균사체를 뻗어내고 포자를 방출하며, 땅으로 떨어진 포자는 낙엽 더미를 뒤덮으면서 새로운 개미군단을 감염시킨다. 동충하초는 이렇게 믿기 어려운 특별한 방식으로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여 다음 세대로 번식한다.P.145

숙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미생물은 동충하초만이 아니다. 광견병에 걸린 개들은 극도로 공격적이 된다. 입에 거품을 문 채 필사적으로 공격할 상대를 찾아 물어뜯는다. 물론 이 개의 침은 광견병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다.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포식자인 스라소니의 소변 냄새에 이끌려 스스로 먹잇감이 되길 자처한다. 기생성 선충인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은 스스로 물가로 들어가 자살하는데 이때 성충 연가시가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온다.P.145~146

이처럼 미생물이 숙주의 몸에서 유발한 괴이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미생물을 새로운 숙주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진화해왔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감염된 개가 다른 개를 물어뜯을 때 침을 통해 옮겨져 번식한다.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은 쥐가 공포심을 버리고 포식자인 스라소니를 찾아가도록 유도한 뒤 쥐가 잡아먹힐 때 자연스럽게 스라소니 몸속으로 들어간다. 연가시는 짝을 찾아 번식하려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숙주인 곤충이 스스로 물가로 향하도록 만든다. 미생물은 숙주의 행동을 통제하여 자신이 번식하는 데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결국 진화의 선택을 받는다. 기생 생물에 의해 숙주의 행동이 제어되는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P.145~146




장내 미생물총은 단순히 신체적 건강에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장내 미생물총이 초기에 교란된다면 그 효과는 곧바로 유년 시절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우리의 뇌는 어린 시절에 집중적으로 발달한다. 인간의 뇌는 태어나면서 약 1,000억 개의 뉴런 (신경세포)을 할당받는다. 그러나 이것들은 기본 건축자재일 뿐이다.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시냅스(연접)라고 부르는 뉴런의 연결고리들을 세심하게 이어줄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 시점에 형성되는 시냅스에게 어떤 경험은 간직하고 어떤 경험은 버리라고 지시한다. 매일매일의 생활이 새로운 자극으로 가득 찬 유아시기에 아기의 뇌에서는 매초 약 200만 개의 새로운 시냅스가 형성되는데 이들은 각각 학습과 발달의 새로운 잠재력을 제공한다. 건강한 뇌는 기억과 망각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하므로 유년기에 형성되는 시냅스 대부분은 버려질 것이다. 이른바 쓰지 않으면 잃는다.”는 법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보강되지 않는 시냅스는 우리의 착하고 예쁜 뇌에서 떠날 수 있도록 솎아내어진다.P.160

앞에서 우리는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이 쥐들을 세뇌하여 노출된 곳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변 냄새에 이끌려 천적을 찾아가게 조종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은 인간의 행동도 조종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는 집 고양이에도 흔하게 살고 있는 기생충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고양이 덕분에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고양이가 할퀴었을 때나 배설물과 접촉할 때 감염). 사실 너무 쉽게 감염되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의 임산부 84퍼센트가 이 기생충에 감염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는,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32퍼센트, 런던에서는 22퍼센트로 수치가 조금 낮을 뿐이다. 발달 과정에 있는 태아에게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임산부에 대해서는 산전검사 시 톡소플라스마 테스트를 한다. 하지만 성인에게서 톡소플라스마 감염은 건강에 별로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대신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성격이 변한다.P.164

이상하게도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된 남녀는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 변화를 보인다. 남성의 경우 톡소플라스마에 감염이 되면 사회 규범을 무시하고 도덕성이 낮아지면서 별로 유쾌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의심이 많아지고 질투를 하며 확신을 가지지 못해 불안해한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감염이 도리어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데, 감염된 여성은 느긋하고 인간적이며 타인을 신뢰하는 마음이 커진다. 또한 감염되지 않는 여성에 비해 자신감이 커지고 결단력이 생긴다. 톡소플라스마 감염으로 인해 여성은 타인 앞에서 경계심을 풀게 되는 반면, 남성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문란하게 행동한다.P.164~165

 

4. 이기적인 미생물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너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신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은 물질까지도 공격하는 바람에 나타난 증상이다. 실제로 알레르기 환자에게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는 것은 면역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정시키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P.196

개발도상국에서 감염성 질환의 비율은 높지만 알레르기는 여전히 드물다는 사실이 위생가설로 설명될 수 있다. 유럽이나 북미 사람들은 한마디로 지나치게 깨끗하다. 그래서 딱히 할 일이 없어진 면역세포들은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난 나머지 꽃가루처럼 무해한 물질까지도 필사적으로 공격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P.198~199

과체중 또는 비만한 사람들의 몸은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만성적인 염증 상태에 있다. 혈액 내의 LPS는 체중 증가를 유도할 뿐 아니라 인슐린 같은 호르몬의 작용에 지장을 주면서 제2형 당뇨병과 심장병을 일으킨다. 혈액 내의 과다한 LPS는 정신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 우울증 환자, 자폐성 장애 아동, 조현병 환자는 보통 장 누수 및 만성적인 염증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어릴 적 엄마와 떨어진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장 누수를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스트레스와 우울증 사이의 잃어버린 생물학적 연결 고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생물총-뇌가 이루는 커다란 축을 설명하려는 연구와 더불어 관련성을 입증하는 증거는 점점 늘고 있다. 보통 우울증에 동반되는 비만이나 과민성 장 증후군, 여드름 같은 질병들은 대개 우울증 자체가 이병들을 유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 누수가 만성 염증을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동시에 유발한다는 것은 의학적인 측면에서 무척 흥미로운 사실이다.P.234

1장에서 나는 겉으로 보기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비만과 알레르기, 자가면역 질환과 정신질환 같은 21세기형 질병을 연결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바로 이 모든 것의 이면에 흐르는 것, 바로 염증이다. 우리의 면역계는 감염 질환의 시대가 끝난 지금 안식년을 즐기는 대신 이전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면역계는 휴전 없는 전쟁을 마주하고 있다. 적의 위협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경비대를 줄이고 적군에게 국경을 열어주었기 때문이고(장 누수), 또 미생물들이 훈련한 평화유지군(Tregs)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이 정말로 면역계를 강화하고 싶다면 비싼 딸기류나 특별한 주스를 포기하고, 대신 당신의 미생물총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P.240~241

 

5. 세균과의 전쟁

니콜슨은 축산업자들이 시장에 내놓을 가축을 살찌우기 위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항생제를 사용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40년대 후반에 우연히 미국 과학자들은 닭에게 항생제를 주입하면 성장률이 50퍼센트나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40년대는 누구에게나 살기 힘든 시대였다. 특히 도시민들은 갈수록 치솟는 물가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고기를 먹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값싼 육류는 사람들의 전후戰後 위시리스트에서 늘 상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닭에게 나타난 항생제의 효과는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 돼지, , 칠면조 모두 닭과 마찬가지로 항생제를 소량만 투여해도 엄청나게 성장했기 때문에 축산업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P.246

감기나 독감 모두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 질병이라 항생제를 처방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바이러스는 건드리지도 못한다). 또한 대부분 감기는 목숨을 걸지 않아도 며칠 혹은 몇 주 뒤에 스스로 낫는다.P.252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복용하는 다량의 항생제 대부분은 확실히 불필요하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여전히 만연하는 감염성 질병이나 목숨이 달린 경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상황과는 대비된다.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웨일스 카디프 대학교의 일차진료학 교수인 크리스 버틀러는 BBC라디오 채널4와 나눈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영국으로 오기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어느 지방 종합병원에서 근무했습니다. 그곳에서는 감염성 질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일어났습니다. 원래는 튼튼하고 건강했던 사람이 폐렴이나 수막염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우리가 늦지 않게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한 경우 며칠 안에 일어나서 병원을 걸어 나갔습니다. 항생제라는 기적의 약으로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사람을 일어나 걷게 한 것이죠. 이후에 저는 영국으로 와서 일반진료소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사용했던 바로 그 항생제가 영국의 일반병원에서는 고작 콧물 흘리는 아이들에게 처방되더란 말입니다.

왜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하여 항생제를 복용하는가? 항생제가 어떤 해를 끼칠 수 있는지 알고 있는가? 목숨을 살리는 데 쓰이는 약을 가벼운 병을 앓는 환자를 달래기 위해 남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된다.P.254~255

1950년대에 흔하게 나타나던 황색포도상구균은 페니실린 저항성을 가지게 되었다. 일부 개체가 페니실린 분해 효소를 진화시킨 것이다. 페니실린 분해 효소가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바람에 이 효소를 가지지 않은 박테리아는 모두 죽었다. 하지만 분해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는 살아남아 군집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P.256

한 사람이 항생제 내성이 있는 감염에 걸리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최근 항생제를 복용했는가 여부입니다.”P.257 - 크리스 버틀러

항생제는 특정 박테리아만 타깃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광역 스펙트럼, 즉 광범위한 종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런 특징은 의사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그 이유는 환자가 정확히 어떤 박테리아에 감염되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감염원을 찾으려면 배양을 해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때로는 불가능하다.P.258

원래 시디프는 사람의 장에서 별로 유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는 박테리아다. 하지만 이것은 늘 틈을 엿보며 돌아다니다가 한 번의 기회라도 잡으면 위험한 존재로 돌변한다. 그런데 그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항생제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총은 시디프를 감시하면서 증식을 막고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는 지역에 가둬놓고 꼼작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항생제, 특히 광범위 항생제 때문에 정상적인 미생물총의 균형이 흐트러지게 되면 감시가 소홀해지고 때마침 시디프는 이때다 하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P.260

요로감염이나 부비동염 치료에 사용되는 광범위 항생제 시프로플록사신의 경우도 겨우 5일 처방한 후에 클린다마이신과 마찬가지 결과를 보였다. 시프로플록사신은 효과가 빨리 나타나 단 3일 만에 장내 미생물총 조성을 바꿀 수 있다. 이 경우 박테리아의 종 다양성이 낮아진다. 그런데 3분의 1의 사람들에게서는 다양성뿐만 아니라 전체 박테리아 수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 변화는 여러 주 동안 지속되는데 어떤 종들은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아기들에게 항생제가 미치는 영향은 훨씬 극단적이다. 아기들의 성장 과정 중에 일어나는 미생물총의 변화를 관찰한 어떤 연구에서는 단 한 번의 치료 후에 아기의 장내에서 박테리아가 거의 모두 사라져 DNA조차 전혀 감지되지 않은 경우가 기록되었다.P.261

연구자들은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들과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의 체질량지수를 1년에 걸쳐 비교하였다. 결과적으로 환자들은 건강한 사람들보다 체중이 훨씬 많이 증가하였다. 그런데 유독 하나의 특정한 항생제 조합에서 체중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바로 반코마이신과 겐타마이신의 조합이다. 다른 항생제의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들보다 몸무게가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P.266

전염병학 연구에 의하면 생후 6개월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한 아기들은 돌이 지날 때까지 항생제 노출 없이 자란 아이들에 비해 과체중이 될 확률이 높다.P.268

우리가 우려해야 할 것은 항생제를 끊으면 미생물은 다시 회복되지만 항생제로 인해 발생한 신진대사의 효과는 훨씬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페니실린은 아이들에게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항생제다. 쥐에서 나타난 효과로 미루어보면 어릴 때 투여한 항생제가 그들의 신진대사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P.269

트라이클로산이 염소 처리된 수돗물과 만나면 발암물질로 전환되어 범죄소설에서 사람을 기절시킬 때 사용되는 클로로포름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원한다면 트라이클로산이 법적으로 금지될 때까지 기다려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항상 제품의 분석표를 꼼꼼히 읽고 구매하자.P.283

역설적인 것은 우리가 좋은 향기를 풍기기 위해 화학물질로 몸을 씻고 데오드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도리어 악순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비누와 데오드란트는 우리의 암모니아 산화균을 죽인다. 암모니아 산화균이 없으면 피부에 사는 다른 박테리아가 해를 입는다. 그래서 변화된 박테리아의 조성 때문에 우리의 땀이 불쾌한 냄새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 또 우리는 비누로 땀을 닦아내고 데오드란트로 불쾌한 냄새를 없앤다. AO바이옴은 암모니아 산화균을 키우는 것이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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